보통 열살 여자 아이들의 생활은 어떤 모습일까요?
아마도 또래 여자아이들과 인형놀이도 하고, 열심히 공부도 하고, 장난도 치면서 지내는게 대부분일 듯 싶어요.
하지만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와, 몸이 편찮으신 엄마 아빠, 그리고 세 동생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영주의 일상은 참 많이 달랐습니다.
영주의 수첩에 빼곡히 적힌 글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아침밥 차리기, 이불개고 청소하기, 동생 학용품 챙겨주기, 화장실 청소하기, 설거지 하기...
바로, 영주의 조그만 수첩에 적혀 있는 '오늘 해야 할 일'들.
열살 아이가 하루동안 해야 할 일이라기엔 너무나도 버거워 보였습니다.
영주의 어깨에는 왜 이런 무거운 짐들이 지워진 걸까요.
한창 어리광 부리고 뛰어 다니며 놀아야 할 나이지만, 사고로 머리를 다친 엄마와 교통사고 후유증 때문에 숨이 차서 걷기도 힘든 아빠를 대신해 영주가 집안을 돌보고 있었습니다.
쌀을 씻고, 맨손으로 빨래를 하고, 방 정리를 척척 해내는 영주는 또래보다 훨씬 어른스러워 보였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동생들..
네 살, 여덟 살인 두 여동생을 위해서 영주는 저녁밥을 짓고, 내일 필요한 학교 준비물을 챙긴다고 합니다.
물론, 막내 동생 영지에게 우유를 먹이고 영지와 놀아주는 것도 빠트리지 않고요.
영주 없이는 화장실도 혼자 갈 수 없는 할머니를 위해 할머니 요강 비우기도 영주의 할 일 중 하나입니다.
용돈을 받아 본적이 없어서 문제집도 한 번 못 사봤다는 영주...
오늘 해야 할 일이 빼곡히 적힌 수첩대신, 책을 보며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는 영주...
그런 영주의 꿈은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학교 수업을 마치자마자 집으로 향하는 영주의 발걸음이 다시 급해집니다. 아이의 손길을 기다리는 가족들 때문에 마음이 또 조급해진 때문이겠지요.
가끔은 천천히 걸어보고 싶다는,
이젠 몸에 배어버린 영주의 빠른 발걸음을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너무 많이 아파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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